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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 김정호

아주 오래된 습관 하나, 해마다 이때쯤 되어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으면 문득 문득 떠올라 나도 모르게 읊조리는 국어 시간에 배웠던 글 두조각, 그리고 노래 한자락.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페이터의 산문"에 인용되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의 어느 대목. 그리고 어느 누구가 부른 것보다 김정호가 노래한 "날이 갈수록".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人跡)은 끊어져 거의 일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재즈라는 장르는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에서 백인들의 악기와 음악적 토대에 기초해 흑인 특유의 감성을 혼합하여 처음 모습을 나타낸 음악으로, 연주할 때는 정형화된 음악이라기 보다는 즉흥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1930년대 들어서면서 빅밴드의 출현으로 솔로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는 점점 줄어들기는 합니다.) 오늘날 세계인이 즐기는 이 재즈는 여느 음악과 확연히 다른 특징이 한가지 있습니다. 소위 ‘스윙’ 리듬이란 것입니다. 그전까지 클래식의 4박자가 강 약 중강 약의 4박이었다면, 스윙의 4박자는 약-강-약-강의 당김 리듬입니다. 이러한 박자를 Two - Four 박자라고도 합니다. 이런 당김 박자는 정박에 들어가지 않으며, 약간의 여유를 주어 늘려 연주하거..

Loss and Gain (잃은 것과 얻은 것) - 롱펠로우

Loss and Gain (잃은 것과 얻은 것) - 롱펠로우 - 내 이제껏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획득한 것 저울질해 보니 자랑할 게 없구나. 하많은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좋은 의도는 화살처럼 과녁에 못 닿거나 빗나가 버린 걸 내 알고 있으니. 그러나 누가 감히 이런 식으로 손익을 가늠하랴. 패배는 승리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썰물이 나가면 분명 밀물이 오듯이. When I compare, What I have lost with what I have gained, What I have missed with what attained, Little room do I find for pride. I am aware How many days have been idly spent; How like an..

El Condor Pasa / Simon & Garfunkel

안데스 산맥에서 비상하는 콘도르. 안데스 고산지대에 소수가 남아 있는 보호되는 새로서 콘도르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이다. 또한 잉카인들의 신앙에 의하면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존재로 인식했다. 기독교의 천사와 같은 의미일 게다. 엘 콘도르 파사 (El Condor Pasa) 70년대를 풍미했던 사이먼&가펑클의 노래 "엘 콘도르 파사"를 듣노라면, 바람의 소리가 들리는 듯 그 우수에 찬 선율이 가슴에 촉촉이 적셔 드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말 제목을 '철새는 날아가고'로 번안하여 정훈희를 비롯하여 많은 가수가 불렀었던 이 노래의 가사는 여타 사이먼&가펑클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이 대중가요답지 않게 자못 사색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엘 콘도르 파사'의 엘El은 영어 정관사 the..

Rivers of Babylon / The Melodians

역사상 기록을 들춰보아도 바빌론과 같은 도시는 다시 찾기 힘들다. 부와 영광이 그 이름을 대신 했으며, 금과 보석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훌륭했다. 그래서 인가? 바빌론처럼 많은 예술의 소재가 된 도시도 드물 것이다. 한국에서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라는 엉터리 가사가 붙어 인기를 모은 '보니 M (Bony M)'의 팝송 '리버스 오브 바빌론(Rivers of Babylon)'이나, 밥 말리(Bob Marley)의 '바빌론 시스템(Babylon System)' 은 모두 성서 시편에서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포로 상태에서 부른 애가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들이다. 또한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네자르의 일화를 다룬 것이 베르디의 오페라 (1942년)이다. 이렇듯 기원전 2000년경에 설립된 이 메소포타미아의 ..

기독교와 도덕

나는 과거 장로교 교인일 때, 교회 집회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이 되지 않았다면 방탕한 삶과 부도덕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간증하는 교인들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로 말미암아 도덕적이 될 수 있었다고 믿는 이런 생각은 장로교인들 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사고는 기독교를 포함하여 근본주의적 성향의 종교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기회 될 때마다 종교인들이 인간들의 도덕적 잣대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사는 것을 비판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도덕적 잣대가 구원의 기준은 아니며 단지 믿음만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며, 죗된 세상에 살며 죄를 짓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예수의 십자가와 그 보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울로에 의하면..

Pour toutes ces raisons Je t'aime - ENRICO MACIAS

[샹송듣기] ★ 앙리꼬마샤스ENRICO MACIAS - POUR TOUTES CES RAISONS JE T'AIME  1. Coeur D'enfant 2. Generosite  3. Cela Nous Aurait Suffi 4. Libre 5. Le Fusil Rouille 6. Je N'ai Pas Vu      Mes Enfants Grandir 7. Les Amis C'est Fait Pour Ca 8. Je Les Ai Vu S'aimer 9. Constantina 10. Pardonne Et N'oublie Pas 11. Luther King1. La France De Mon Enfance 2. Le Trouble Fete 3. Pour Toutes Ces Raisons      Je T'a..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즈시 타고 나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나리..

아를르의 여인 - 알퐁스 도데

아를르의 여인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 1840년 남프랑스 님에서 태어났다. 시적 정서가 깃든 상상력으로 짙은 인간미와 고향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인상주의 성향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특히 단편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통찰력과 감수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 , , , , , 등이 있다. 어떤 농가에 얽힌 사연 내 방앗간에서 내려와 마을로 가노라면 길가에 서 있는 어떤 농가를 지나게 된다. 그 집은 넓은 정원에 팽나무가 심어져 있고, 어느 모로 보나 전형적인 프로방스 지방 소지주의 집이다. 붉은 기와를 얹었고, 넓은 갈색 벽에는 창문이 여기저기 열려 있었다. 창문보다 더욱 높이 올라간 곳에는 바람개비와 짚더미를 실어 올리는 활차(滑車)가 있었..

스잔나 - 추억의 영화

Our Favorite Things Films Susanna (1967) 珊珊 샤오팅을 위로하는 장면 정말 얼마만에 들어보는 청춘무곡인지... 이곡은 원래 중국 민가(민요)입니다. 스잔나가 언니 샤오팅을 대신하여 부르는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었지요.. 노래를 부르다가 언니와 위지첸이 같이 있는 광경을 보고는 질투가 나는 장면입니다. 불현 듯 이는 질투심과 스잔나의 불치병을 암시하는 뿌옇게 보이는 특별한 화면입니다. 소녀의 코딱지만한 긍지에 이는 자그마한 질투묘사는 무척 귀엽게 묘사됩니다. 太陽下山明早依舊爬上來 花兒謝了明年還是一樣的開 美麗小鳥一去無影종 我的靑春小鳥一樣不回來 我的靑春小鳥一樣不回來 別得나약 別得나약 我的靑春小鳥一樣不回來 태양은 붉게 다시 떠오르고 꽃은 봄이 되면 다시 피는데 아기새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