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ing The Bar
- Alfred Tennyson -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and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For tho'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ar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t the bar.
모래톱을 넘어서
- 앨프리드 테니슨 -
해는 지고 저녁별 빛나는데
날 부르는 맑은 목소리
내 멀리 바다로 떠날 적에
모래톱에 슬픈 울음 없고
너무도 충만하여 소리도 거품도 일지 않는
잠자듯 흐르는 그런 조수 있었으면
끝없는 심연에서 나온 이 몸
다시 제 집으로 돌아갈 때에
황혼이 깃든 녘 저녁 종소리,
그리고 그 뒤에 짙어지는 어두움
내가 배에 오를 때
이별의 슬픔 없기를
시간과 공간의 경계 너머로
물결이 나를 멀리 실어 낸다 해도
내가 모래톱을 건너고 나면
내 인도자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기를
알프레드 테니슨(1809-1892)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계관시인입니다. 여기 소개하는 이 시는 테니슨의 나이 팔십 세에 지은 것으로 최후의 작품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이 시를 그의 시선집(詩選集) 맨 끝에 실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봐서 그 자신도 마지막 시라고 생각한듯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장례식에서 아내가 이 시를 낭송했겠지요.
따라서 이 시는 그의 “백조의 노래 (swan song)"라 해도 조금도 지나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이 시를 종종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하기도 하는 것이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평온함이 묻어나는 시입니다.
강이나 바다처럼 커다란 물이 주는 이미지는 죽음과 갱생 즉 새로운 삶입니다.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고대 종교 제의나 현대의 기독교에서 죄악에
물든 어제의 나는 죽고, 깨끗한 영혼의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상징적 의식으로
사람을 물에 담갔다 일으키는 침례 의식을 베푸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세계 모든 신화에 나타나는, 죽은 자가 스틱스강이나 요단강처럼
커다란 물을 건너는 장면도, 다 그런 이유일 겝니다.
따라서 이 시의 바다는 이승 세계와 저승세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며, 모래톱
(sandbar)은 육지와 바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입니다.
이제, 자기의 죽음을 예견한 테니슨이 건너지 않으면 안 될 이 세상과 영원한 세계의
경계인 모래톱에 서서, 먼 영원한 세계를 바라보며 그곳을 그리며 읊은 시입니다.
머릿속에 이 시의 장면을 하나하나 그리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석양(sunset)이 지고 저녁샛별(evening star)이 뜨고 황혼(twilight) 녘에
들려 오는 저녁 종소리(evening bell)는 다 죽음과 관련된 어두운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어둠을 밝혀 주는 별 그 자체의 이미지는 '신'이라는 절대적
타자와의 대화이면서 그 신에게로 다가가는 매개체로 보입니다.
해가 지면(sunset)서 날이 어두워지듯 이제 테니슨의 인생도 황혼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샛별(신)이 나타나 맑은 목소리로 그를 부릅니다.
그는 이제 신을 따라 죽음의 세계인 저 먼 바다로 항해를 시작해야만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간절히 기원합니다. 자신이 바다로 떠날 때 이별의 슬픔이 더는 없기를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 죽음이라는 것이 육신의 죽음을 통해 죽음 저 너머에 있는 내생의 새로운
삶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진실로 굳건하고 경건한 믿음의 시인인 테니슨은 죽음 앞에 서서 두려움이나 이별의 눈물과
헤어짐의 서러움보다는 저녁(죽음)을 지나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그를 인도해준 인생의
길라잡이였던 신과의 만남을 그리며 오히려 황홀한 감정에 빠져드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낭만논객의 사회자인 김동건 아나운서도 황홀하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학 이야기 >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송이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0) | 2015.01.08 |
---|---|
눈 내리는 날의 연가 - 김광련 (0) | 2015.01.07 |
모란동백 - 이제하 시 / 조영남 노래 (0) | 2015.01.01 |
새해를 노래하세 (0) | 2014.12.30 |
모든 것은 지나간다 -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0) | 2014.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