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기독교 일반

허사가 - 인생 일장춘몽

elohim 2014. 12. 26. 22:01

 

 

 


모든 것이 헛된 인생이라는 헛헛한 생각에...ㅉㅉㅉ


세상만사 살피니 참 헛되구나. 부귀공명 장수는 무엇 하리요.
고대광실 높은 집 문전옥답도 우리 한번 죽으면 일장의 춘몽

나의 어머님은 진정한 기독교인이셨습니다.
배움이 많으신 것이 아니라 믿음이 크셨지요.
어쩌다가 새벽에 잠을 깨보면 어린 삼남매가 잠들어있는 어두운 방에서
두런두런 기도를 올리시던 어머님....

그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런 기억이 없으나 그 기도의
음률만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홀로되신 어머님은 전적으로 신에 의지하여 살아 가신 분이었지요.




<허망함의 찬미>


까까머리 중학생이 된 어느 날,
어머님께서 교회의 동료 집사님께 얻어온 쪽지 하나를 주시며 글을 옮겨달라고 하시더군요.
무려 12절까지 있는 노래가사였는데....
이것이 허사가라는 노래로서 위에 올린 것이 그 가사의 일부입니다.
제가 글을 옮겨드린 후 어머님은 틈만 나면 이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홍안소년 미인들 자랑치 말고 영웅호걸 열사들 뽐내지 마라
유수같은 세월은 널 독촉하고 저 적막한 공동묘지 널 기다린다.
모든 육체 풀같이 썩어버리고 그의 영광 꽃같이 쇠잔하리라.
모든 학문 지식도 그러하리니 인간일생 경영이 바람잡이뿐

이 노래는 50년대와 60년대의 기독교인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입니다.
처음에 이 허사가를 들을 때는 음률이 단순하여 마치 "학도가"
또는 어린 시절에 듣던 "모모다로상" 을 듣는 것 같았고
후에 그 의미를 좀 알게 되 서는 "황성옛터" 를 듣는 기분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머리가 좀 굵어지니...
이 노래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왜? 이렇게도 이 세상을 부인할까...
우리는 단지 실수나 벌로서 이 세계에 태어났다는 말일까...."
이 노래는 차라리 불교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인생의 즐거움에 발을 디딘 시절...
여학생의 꽁무니를 쫓는 즐거움을 안 시절에.....
이 노래는 그야말로 너무나 허망했던 것입니다.
그러나...나는 이 노래를 부르는 분들을 가볍게 볼 수는 없었지요.
우선은 내 어머님이 즐겨 부르시고...
이 노래를 부르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한결같이 선하고 순박한 분들이었거든요.

이 노래의 뿌리가 되는 사상은 성서의 전도서에 있습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무엇을 가르켜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냐.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로다 ......
<전도서>

청춘의 시절 기독교와 나의 갈등은 이것이 발단은 아니었을까....
자기 앞에 즐겨야 할 쾌락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젊은이와 인생을
다 살아본 세대의 인생관의 차이....

<개발의 시대>

허사가를 듣던 시절로 부터 십여년이 지난 후에 여의도에서 번창하는 큰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이 시점이 우리가 가난을 극복하려 몸부린 친 후 그 결실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시절이었지요.
목회자의 설교나 문앞에서 나누어주는 팜플렛은 놀라웠습니다....그건
"허사가(虛事歌)" 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선서요, 판결문이었던 것입니다.

소위 "로버트 슐러" 풍의 사상...하나님을 CEO 로 모시고 인생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자... 기도나 믿음이나 심지어는 단식마저도 내가 요구하는 것을 "신"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기법(技法)으로 해석되어 있었던 것이며 "그 어떤 추구함도 허망한 " 이라는 사상은 " 하나님의 품안에서 풍요를 누리자" 는 슬로건에 멀찌감치 밀려나 있었던 것입니다.

젊은 나는 이 사고방식에 매료되어 "신념의 마력" 을 연구하고 "정신력의 기적" 을 연구했으며 하나님에게 떼를 써서 "나(我)" 의 소원을 얻어내고야 마는 "단식기도의 기법" 마저 기웃거리게 됩니다.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시대의 기독교는 삶에 대하여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의 어머님처럼 "진실한" 기독교인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불과 수십년의 세월에 거대한 교회들이 세워지고 일요일이면 자가용들이 밀어닥쳐 동네의 교통이 마비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과연! 교회들이 하나님을 CEO 로 모시는데 성공했으며 "삼박자 축복" 을 받는데도 성공했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나는,풍요로운 축복의 세대의 중심에 서 있는 나는, 이따금 가난하던 50년대와 60년대의 허사가(虛事歌)의 세대를 반추해 봅니다.
내 젊음이 거부의 몸짓을 보이던 그 사상을 말이지요.

인간이 삶을 허망한 것으로 바라볼 때...거기에는 무엇이 남는가....
문자 그대로의 허망한 삶뿐이던가?
현세를 허망한 것으로 바라보던 세대는 자기앞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허망함속에 던져진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사랑으로 나타났을까?
어쩌면......세상을 허망한 것으로 노래하던 세대는 이 세대보다도
"마음이 가난한 자" 가 아니었던가...

출처: 황용과 바다님의 다음 블로그



- 허사가 -



1. 세상만사 살피니 참 헛되구나 부귀공명 장수는 무엇 하리요
  고대광실 높은 집 문전옥답도 우리 한번 죽으면 일장의 춘몽


2. 인생일귀 북망산 불귀객 되니 일배황토 가련코 가이 없구나
    솔로몬의 큰 영광 옛 말이되니 부귀영화 어디가 자랑해볼까


3. 추초 중에 만월대 영웅의자 석양천에 지닌 객 회고의 눈물
    반월산성 무너져 여우 굴 되고 자고새가 울 줄을 뉘 알았으랴


4. 인생 백 년 산대도 슬픈 탄식 뿐 우리생명 무엔가 운무로구나
   그 헛됨은 그림자 지남 같으니 부생낭사 헛되고 또 헛되구나


5. 홍안소년 미인들아 자랑치 말며 영웅호걸 열사들아 뽐내지 마라
    유수 같은 세월은 널 재촉하고 저 적막한 공동묘지 널 기다린다


6. 한강수는 늘-흘러 쉬지 않건만 무정하다 이 인생 가면 못 오네
    서시라도 고소대 한번 간 후에 소식조차 막연해 물거품이라


7. 년년춘색 오건만 어이타 인생 한번 가면 못 오니 한이로구나
    금일향원 노든 객 내일아침에 청산매골 마른 뼈 한심하구나


8. 요단강 물 거스릴 용사 있으며 서산낙일 지는 해 막을 자 있나
    하루 가고 이틀 가 홍안이 늙어 슬프도다 죽는 길 뉘 면 할 소냐


9. 토지 많아 무엇해 나 죽은 후에 삼척광중 일장지 넉넉하오니
    의복 많아 무엇해 나 떠나갈 때 수의 한 벌 관 한 개 족하지 않나


10. 땀 흘리고 애를 써 모아 논 재물 안고 가나 지고 가나 헛수고로다
      빈손으로 왔으니 또한 그같이 빈손 들고 갈 것이 명백치 않나


11. 모든 육체 풀같이 썩어버리고 그의 영광 꽃같이 쇠잔하리라
      모든 학문 지식도 그러 하리니 인간일생 경영이 바람잡이뿐


12. 우리희망 무언가 뜬세상영화 분토같이 버리고 주님 따라가
      천국낙원 영광 중 평화의 생애 영원무궁 하도록 누리리로다.




나도 그 시절에 들은 기억이 저 가사 외에
"세상 사람 날 부러워 아니하여도 나도 또한 세상 사람 부럽지 않네.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 할 때에 할렐루야 찬송이 저절로 난다"
라는 것인데...

그랴 !!! 인간사 복잡하게 생각 할 것 있겠는가?
가진게 많든 적든, 아는게 많든 적든, 아둥바둥 할 이유가 있겠는가?
안그런가?...
이 밤을 지새우고 새날을 맞을 모든 친구...
가끔은 우리 먼 곳을 ... 또 가끔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고 사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