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기독교 일반

인지 부조화와 시한부 종말론

elohim 2014. 12. 2. 16:30



윗글이 너무 길었나요?
기분 전환하는 뜻으로 바탕색과 글자 색을 바꿔 보겠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이 똑같이 묻습니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헤어나는 것은 둘째 치고 온갖 재산까지 갖다 바치며 충성을 다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또, 누구나 다 아는 이단 종파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일상적인 것에는 우리와 다를바 없는데, 종교적인 주제에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오로지 자기들만이 옳고 남들은 모두 틀렸다고 하는 편향적인 사고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하며, 그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있냐고요.

이 질문은 "왜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걸까?"라고 바꿔서, 요약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학에 인지적 부조화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여러가지 인지(認知)가 있는데 그 인지들 중 부조화를 이루는 인지들이 생기면 인간은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부조화를 이루는 인지 요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신념(가치체계)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가 정신적 긴장상태를 발생시키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신념을 수정하는 쪽을 선택하는, 즉 정당화된 행동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면 신념을 바꿔 그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지 부조화 이론이라고 합니다.

쉽게 설명한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인지 부조화 이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탐스럽게 열린 포도를 따 먹으려고 여러 번 뛰어올랐지만, 너무 높아 자신이 따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여우는, 먹고 싶은 마음(신념)과 따기 위해 뛰어올랐지만 따지 못한 행동 사이에 인지적 부조화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때 외부로 나타난, 포도를 따지 못한 행동은 바꿀 수 없고,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을 다시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고, 그래서 자기의 생각을 바꿉니다.
"저 포도는 신포도일 거야"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자기 합리화라고 합니다.
인지 부조화는 증상을 일컫는 것이고, 그 해결책이 바로 자기 합리화입니다.

혹시,이런 경험이 있었나요?
평소 불우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럴 기회가 오면 "내가 불우 이웃이다." 하며 돈 내기를 꺼렸던 적이 있었거나, 혹은 남의 뒷말 하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인간은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인간이니까 괜찮을 거야." 하고 자신을 스스로 자위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이런 경험은 자신을 표리부동한 사람이라고 (인지적 부조화를) 느끼게 하여, 사람을 아주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내가 불우 이웃", "나의 뒷담화는 상대가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이런 불편한 감정을 떨쳐 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생각과 행동을 어느 한 방향으로 일치시키려 하는데, 이때 대부분은 행동이 아닌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자기가 이미 내뱉은 말이나 행동은 주워 담기 어렵지만 생각(가치관)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바꾸기가 쉽기 때문인 것이지요..

이 이론을 처음 발표한 사람이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라는 심리학자입니다. 페스팅거는 한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행동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그일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1950년대 초, 미국의 한 사이비종교 교주가 중대발표를 했습니다.
자기는 수호신들로부터 신탁을 받았는데, 어떤 특정한 날이 오면 지구가 대홍수로 멸망하고, 소수의 선택된 자들만 홍수 전날 자정에 하늘에서 온 우주선을 타고 생존할 수 있다고 선언을 한 겁니다.

그 종교 신도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모두 직장에 사표를 내고, 퇴직금과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이 종교단체에 헌금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만 구원받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 애썼습니다.

마침내 지정된 구원의 날 자정, 모두들 모여서 우주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대홍수는 일어나지 않았고 당연히 구원의 우주선도 오지 않았습니다.
신도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교주가 나타나서 다시 중대발표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믿음에 대한 보답으로 결국 전 세계가 구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신실한 교도들의 믿음에 감동한 수호신들이 홍수로 지구를 멸망시키는 일을 연기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페스팅거는 이 시점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도 거짓으로 드러났고, 예언마저 허황된 이야기라는 결론이 났지만, 믿기 어렵게도 신도들은 이전보다 더 종교에 애착을 가졌습니다.

교주의 지구 멸망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는 실망하였으나, 그렇다고 종교를 버리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신도들은 “그대들의 믿음이 지구를 구원하였노라!”라는 교주의 말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지구종말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히 관찰한 후, 위에서 설명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 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한다. "는 것이 골자입니다.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는데 심리적인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는 것이지요.
이 이론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행동을 명확하게 설명하여 심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 종말론 사태를 보면 유사한 사건, 아주 낯익은 사건이 떠오릅니다.
1843년과 1844년, 두 해에 걸쳐 윌리엄 밀러를 위시한 일단의 침례교파 기독교인들이 저 위의 UFO 종말론자들과 비슷한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그러고, 그결과도 저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 후 사건의 추이도 동일하게 이루어져 갑니다.
"신도들의 믿음에 대한 보답으로 전 세계가 구원받았다."라고 교주가 호도한 것처럼, 에수의 지상재림이 아닌 하늘 성소에서 지성소로 조사심판하러 들어 가신 것을 착각한 것이라고 변명을 하게 됩니다.

일부 합리적인 사람들만 그 무리를 떠났을 테고, 나머지 많은 수의 사람들은 그런 변명에 안도하며 그 집단에 남게 됩니다.
그 후, 히람 에드슨과 조셉 베이츠의 주장을 뭉뚱그려, 조사 심판과 안식일 구원론 등이 환상을 통한 예언이라고 얼버무립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여 그렇게 자기 합리화된 사람들이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의 시조가 되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그날의 재림과 홍수는 없었다고 보는 게 더 간단합니까,
아니면 원래 있었는데 무슨 이유로 연기되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합니까?
예언된 날 예수나 홍수가 안 왔다면,
예언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논리적일 것입니다.

논리를 떠나,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똑같은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논리적으로 간명한 결론 대신에, 보다 복잡하고
더는 증명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결론을 선택한 겁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요?
그 이유는, 표출된 사건과 아직 나타나지지 않은 일의 차이,
즉 인지부조화 때문이었습니다.

그 신도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줬을 것입니다.
직장도 그만두었고, 사람들에게 자기는 구원받는다고 큰소리도 쳤을 테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게 다 거짓이었다.”고 말하려니,
아주 심각한 인지부조화에 빠지는 겁니다.
시쳇말로 쪽 팔리고 면목 없어서 얼굴을 들 수 없었겠지요.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것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통을 주는 현실을 인정하고 노선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차라리 자기 자신들 내면에 가진 믿음을 선택한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많은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그들은 사이비 교주의 사기극에 놀아난 바보가 아니라,
자신들의 믿음으로 지구를 구원한 위대한 인물들이며,
이제껏 남들이 몰랐던 조사심판과 안식일 준수을 통한 새로운 구원을 향해
진일보를 내딛게 되는 것이니까요.

비단, 저런 일들이 UFO 종말론자들과 안식일교만의 문제이겠습니까?
1992년 이장림의 다미선교회 또한 같은 길을 걸었고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레머 선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라 합니다.

이들이 정상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시한부 종말론 이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인지부조화와 자기 합리화라는 덫에 걸린 때문이겠지요.

만약 제 글을 읽는 안식일교인들을 비롯하여 기존 기독교로부터 배척받는 교파 교인들이 있다면, 제 글에 합리적인 반응을 보일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인지 부조화 이론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가장 큰 용기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