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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 윤형주

elohim 2015. 4. 6. 06:14



가수 '윤형주' "우리들의 이야기"로 번안하여 부른 노래의 원곡인 Isa Lei는 Fiji섬의 이별가답게 장중하고 느리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피지 원어 밑에 나오는 단순한 영어로 볼 때 그들이 헤어짐을 얼마나 섭섭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로가 가지게 된 좋은 기억들을 잊지 말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라는 어떻게 보면 잃어버린 우리네 정서와도 비슷함을 느낍니다.




Isa Isa vulagi lassa dina
Nomu lako au na rarawa kina
Cava beka ko a mai cakava,
Nomu lako au na sega ni lasa.

Isa Lei, na noqu rarawa,
Ni ko sana vodo e na mataka
Bau nanuma, na nodatou lasa,
Mai Suva nanuma tiko ga.


Vanua rogo na nomuni vanua,
Kena ca ni levu tu na ua,
Lomaqu voli me'u bau butuka
Tovolea ke balavu na bula.

Domoni dina na nomu yanuyanu,
Kena kau wale na salusalu,
Mocelolo, bua, na kukuwalu,
Lagakali, maba na rosi damu.




English Version


Isa, Isa you are my only treasure
Must you leave me, so lonely and forsaken?
As the roses will miss the sun at dawning,
Every moment my heart for you is yearning.

Isa Lei, the purple shadow falling,
Sad the morrow will dawn upon my sorrow,
Oh forget not, when you’re far away
Precious moments on Matamanoa

Isa, Isa, my heart was filled with pleasure
From the moment I heard your tender greeting
'Mid the sunshine, we spent the hours together,
Now so swiftly those happy hours are fleeting.

Over the ocean your island home is calling
Happy country where roses bloom and splendor,
Oh if I could but journey there beside you
Then forever my heart would sing in rapture.



피지 원주민들의 아름다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노래를 호주 출신 콰르텟 The Seekers가 1964년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느리고 무겁게 부르는 원곡을 밝고 빠른 박자로 편곡했지만, 이별을 애석해하는 석별의 정만큼은 충분히 전달해주는 듯합니다.





이 애틋한 이별의 노래를 윤형주가 1972년에 또 다른 느낌으로 번안하여 빠르지도 않고 아주 느리지도 않은 슬로우 고고 리듬으로 맑고 아름다운 고음으로 부르는데, 그 노래가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비가 좋아 빗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길을 걸었소
사람 없는 찻집에 마주앉아
밤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영문학자이며 시인인 아버지와 육촌 형 윤동주 등 시인 집안의 시적 감수성을 받은듯, 아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로 재탄생한 "우리들의 이야기".

저들이 사랑을 했는지, 이별을 했는지, 직접적인 내용이 없어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달큰한 공기가 대지를 감싼 따뜻하고 화창한 봄 어느날, 긴 머리카락을 라일락 꽃향기에 흩날리던 미소가 예쁜 여학생을 만났나 봅니다.

이슬비도 맞고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도 맞으며 수많은 밀어를 나눴을 터이고,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걷다, 몸을 녹이려 다방에 들어가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낙서로 보여주기도 했겠지요.

서로에게 싫증 나거나 싸우고 헤어지지는 않았나 봅니다.
눈과 빗속을 손을 잡고 걷거나, 가스등처럼 뿌연 다방에 앉아 속삭이며 바람결에 날려 보내던 그 수 많은 말들을 세월이 바람같이 흐르더라도 잊지 않겠다고 한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런저런 생각에 젖다 보니 둘 다섯의 "긴 머리 소녀"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1970년대의 사랑은 스러져 갔습니다.
쉽게 만나 쉽게 말 트고, 쉽게 사랑을 나누고 쉽게 헤어지며, 남녀가 만나도 서로 각자의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이 세대가 이해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통신 수단이 공중전화밖에 없어 동전을 넣고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전화 돌리다 연락이 안 되면 홀로 음악다방에 앉아 음악 신청 메모지를 받아 DJ에게 음악신청도 하고 메모지에 끼적끼적 낙서도 하다....

무료하면 운세 재떨이에 10원 동전을 밀어 넣으면 나오는 돌돌 말린 종이에 적힌 오늘의 운세를 읽기도 하고, 편지에 동봉하려고 껌 은박지에 릴케나 하이네의 시를 정성껏 쓰며 시간 죽이던....
70년대의 그 낭만을 즐길 줄 알던 그 시대의 소년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후기 }
The Seekers는 사실 올드 팝 팬들도 생소할 수 있는 그룹입니다.
1962년 호주 멜버른에서 Athol Guy, Keith Potger, Ken Ray 그리고 Bruce Woodley 등 4명을 구성원으로 하는 에스코츠(The Escorts)라는 밴드가 탄생합니다.
그러나 곧 이어 리드 싱어 Ken Ray가 결혼으로 탈퇴하며 재즈 가수였던 Judith Durham을 영입하고 그룹 이름도 The Seekers로 바꾸게 됩니다.
The Seekers는 홍일점이던 Judith Durham이 솔로로 전향하는 1968년 7월까지 호주 출신의 팝 밴드로는 사상 처음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밴드였습니다.

이들의 데뷔 앨범은 1963년에 발표한 "Introducing The Seekers"이고 데뷔 싱글은 그 유명한 호주 민요 "Waltzing Matilda"였습니다.
( 이 "Waltzing Matilda"는 1974년 월드컵,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등 영연방 스포츠 행사나 영화, 연극, 뮤지컬 등에 두루 사용하는 여러 버전으로 전해오는 오지(奧地) 민요입니다.)




1964년 5월 영국으로 건너가 11월에 "I'll Never Find Another You"를 녹음하여 12월에 발매하는데 이 싱글이 그해 영국 싱글 차트 Top 50위권에 진입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1965년 2월에는 영국과 호주에서 차트 1위를 하고 미국에서는 4위를 차지하며 레코드 판매는 175만 장이라는 당시로는 경이적인 실적을 거둡니다. "I'll Never Find Another You"는 앨범 "Roving with the Seekers"에 수록되었는데, 이 앨범에 Isa Lei도 같이 수록되었지요.

1966년 12월에 다섯번째 음반인 'Come the Day'를 발표하는데 이 음반에 수록된 'Georgy Girl'이 같은 해에 개봉된 영국의 코미디 영화 'Georgy Girl'에서 주제가로 사용되어 최고의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주제가인 'Georgy Girl'은 호주 싱글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영국의 싱글 차트에서는 3위, 미국의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는 2위 그리고 Cashbox에서는 1위까지 진출하는 히트를 하며 레코드 판매는 350만 장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화려한 성공을 뒤로하고 1968년 7월 Judith Durham이 솔로 활동 선언으로 밴드가 해체될 때, 7월 7일 호주에서 "Farewell the Seekers"라는 제목의 고별 공연을 영국 BBC가 생중계를 했는데 이를 지켜본 시청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같은 달에 발매한 편집 모음 앨범 "The Seekers' Greatest Hits"는 호주에서는 17주 동안 1위를 했고, 영국에서의 제목인 "The Best of the Seekers"는 1969년에 6주 동안 1위를 했는데 당시 'the Beatles'의 "White Album"을 1위에서 끌어 내렸고 'Rolling Stones'의 "Beggars Banquet"도 1위를 넘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고도 남겠습니다.

또한 1966년 " 1965년 최고의 신인 그룹"으로 "New Musical Express Poll Winners Awards"를 수상할 때 축하공연에 나온 그룹들이 the Beatles, the Rolling Stones, Dusty Springfield 그리고 the Animals였다고 하니 그들의 위상이 어떠하였는지 두말하면 숨 가쁜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