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좋아하는 시

모란동백 - 이제하 시 / 조영남 노래

elohim 2015. 1. 1. 02:07


모란동백 /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꾹이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조영남이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선택하고 싶은 노래는 모란동백이라고 한다.
시인인 이제하가 자신의 시에 본인이 멜로디를 붙인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시리도록 절절해지고
그 애틋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상에 젖어들게 한다.

"모란동백" 이 詩에는 심금을 울려주는 고독함과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
그래서 더욱 맛깔스럽고 멋있다. 그냥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하기만 하면
청승스러울 것이나 諸法이 무상한 것을 터득한 의미가 詩로 쓰일 때
아릿한 슬픔 속에서 오묘한 평안함이 미소를 짓고 이 세상에서
단 한사람을 가슴에 모두느라 눈물로 글썽이는 모습이 선연하다. (펌)